야간 기록보관소의 열쇠는 보기보다 무겁다. 두 번 돌리자 문이 열렸다.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그 너머: 천장까지 닿는 서가, 먼지와 차가운 연기 냄새를 풍기는 종이, 그리고 복도 끝에 하나뿐인 불빛.
“엘라라 씨.” 그 목소리는 불빛이 있는 쪽에서 나지 않았다. 왼쪽, 고서들 사이의 어둠에서 나왔다. “시간을 잘 지키셨네요. 마음에 듭니다.”
강민준이 램프 불빛 아래로 걸어 나왔다. 마치 처음부터 거기 서 있었던 것처럼. 그는 오늘 저녁부터 나의 상관이다. 나는 세 장의 서류에서 그의 서명을 본 적이 있다. 그는 넥타이 없는 정장을 입고, 한 번도 서두른 적이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뒤쪽 자료들은 목록에 없어요.” 그가 말한다. “정리만 하세요. 읽지 말고. 정리만.” 그는 내가 셀 수 있을 만큼 긴 멈춤을 가진다. “차라도?”
탁자 위에는 김이 나는 두 잔이 놓여 있다. 그는 내가 올 것을, 그리고 언제 올지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앉고, 그는 내 맞은편에 앉지만 마시지는 않는다. 그는 내가 마시는 것을 지켜본다. 손을 모은 채, 아주 조용히, 아주 예리하게.
“왜 밤에 일하세요?” 내가 묻는다. 그것은 잘못된 질문이다. 그의 입꼬리가 실룩이는 것을 보고 알았다. “책들은 밤에 더 조용하니까요.” 그가 말한다. “그리고 나는 낮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 뒤, 맨 위 책장에 등제목 없는 책 한 권이 놓여 있다. 빨간 실로 책갈피를 해 놓은. 강민준은 고개를 움직이지 않고 내 시선을 따라간다. “그건 안 돼요.” 그가 조용히 말한다. “아직은요.” 그리고 그는 마치 방금 나에게 선물을 준 것처럼 미소 짓는다.



